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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 인수증은 없고, 인계증만 존재하는 이상한 이첩



법조

    '채 상병 사건' 인수증은 없고, 인계증만 존재하는 이상한 이첩

    편집자 주

    해병대수사단이 수사 결과를 계획대로 공개했다면, 국방부 장관이 이첩 보류를 지시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돌이켜보면 '채 상병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지 않을 지점들이 있었다. 경찰의 선택 역시 뼈아프다. 경북경찰청은 지난해 8월 2일 해병대수사단이 들고 온 채 상병 사건을 그대로 군검찰 손에 쥐어 돌려보냈다. 그 결과, 경찰은 진상 규명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됐다. CBS노컷뉴스는 경찰을 중심으로 채 상병 사건의 이첩과 회수 과정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경찰은 왜 '채 상병 사건'을 돌려보냈나③]
    해병대 '온나라' 공문은 3주째 방치하고 인수증도 없어
    그런데 軍검찰단에 수사기록 돌려줄 때는 '인계증' 작성
    원본 돌려주고 남은 사본까지 파기
    공수처, 지난해 이미 경북청 관계자 진술·휴대전화 기록 확보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단독]경찰, '채 상병 사건' 이첩 공문 받고 3주 동안 방치했다
    ②3차례 협의·이첩 준비·독촉…수사 의지 내비친 경찰의 변심
    ③'채 상병 사건' 인수증은 없고, 인계증만 존재하는 이상한 이첩
    (끝)

    해병대수사단의 채 상병 사망 사건 초동 수사자료가 경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넘어갈 당시 경찰과 군 검찰단 사이에 인수·인계서가 작성됐다. 하지만 초동 수사자료가 처음 경찰에 이첩될 당시에는 해병대수사단과 경찰 사이에 인수·인계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인수증은 없는데, 인계증만 있는 황당한 모양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해 이미 경북경찰청 주요 관계자들의 진술과 휴대전화 기록 등을 확보해 당시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13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채 상병 사망 사건 초동 수사자료가 해병대수사단에서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된 지난해 8월 2일 오후 7시쯤 국방부 검찰단 A수사관이 경북청에 도착했다.

    도착 당시 경북청에서는 B경정을 비롯한 경찰관 대여섯 명이 대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관들은 A수사관에게 채 상병 사망 사건 초동수사기록 947쪽과 CD 2장 등을 돌려준다.

    이때 경찰은 해병대수사단 제1광역수사대장 명의의 사건인계서와 온나라시스템에 접수된 사건 이첩 공문 출력물도 함께 돌려준다. 온나라시스템에 접수된 사건 이첩 공문은 경북청이 3주째 방치하다 8월 23일에서야 해병대수사단으로 반송한 공문으로, 접수도 하지 않고 해당 공문을 인쇄해 군 검찰단에 돌려준 것이다.
    지난해 8월 2일 경북청과 군 검찰단 사이에 작성된 인수·인계증. 그러면서 경북경찰청과 군 검찰단 사이에 '사건기록 인계·인수증'이 작성됐다. 해당 인계·인수증에는 '귀 기관의 요청에 따라 각 기관 담당자가 직접 인계·인수하였음을 확인한다'는 글과 함께 경북경찰청 B경정과 군 검찰단 A수사관의 서명과 사인이 각각 적혀 있다.

    하지만 해병대수사단이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초동 수사자료를 이첩할 당시에는 '인계·인수증'을 작성하지 않았다. 인수증은 없고 인계증만 존재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문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서도 지적됐다. 인권위가 지난해 말 작성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긴급구제 안건 관련) '사건조사결과보고'에서 "임의제출물의 압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제출자가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여야 하고 임의성이 확보돼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 검찰단과 경북경찰청이 작성한 사건기록 인수·인계증을 형사소송법상 임의제출동의서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군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에 밝힌 (회수) 이유도 범죄혐의의 증거자료로서 입수한 것이 아니라 이첩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었다"며 "이는 경북경찰청의 정상적인 수사개시를 방해하는 기망행위로 임의제출의 필수요건인 '임의성'이 성립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임의성은 어떤 일정한 제약이나 제한 없이 마음대로, 자유롭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권위는 또 경찰이 군 검찰단에 수사기록 원본을 넘긴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군 검찰단이 압수의 형식으로 사건기록을 가져갔다면, 법원의 영장과 압수목록 등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런 절차가 모두 생략됐다는 것이다.

    또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의 항명죄 입증을 위한 증거물 확보를 위해 양 기관이 협조하는 방식으로 사건기록을 가져가려 했다면, 수사기록의 사본을 제출해야 한다. 경찰이 확보한 수사기록 원본이 외부로 유출되는 경우는 검찰로 '기소 의견' 송치할 때가 거의 유일하다. 그런데도 경찰은 수사기록 원본을 제출한 이후 이미 만들어놓은 사본까지 파기해 버렸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최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된 최주원 전 경북경찰청장(현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장)과 노규호 전 경북청 수사부장(현 경기북부경찰청 수사부장) 사건을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공수처는 이미 지난해 몇 차례 수사관들을 경북경찰청에 보내 사건기록 이첩과 연관된 관계자들의 진술과 휴대전화 기록 등을 확보했으며, 현재는 국방부 조사본부의 채 상병 사망 사건 재수사 경위와 결과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로 이첩하기 직전의 과정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당시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온나라시스템으로 공문이 왔다는 사실만으로 경찰에서 사건이 접수된 것은 아니"라며 "당시 공문은 수신만 되고 접수는 되지 않았다. 해당 수사기록을 킥스(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아 정식으로 사건이 접수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가운데 군 법무관리관실에서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기고 사건이 이첩됐다, 이첩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의 연락이 왔고, 실제로 이첩 당시 해병대수사단들의 행동에도 조금 미심쩍은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수사기록을 해병대가 아닌 군 검찰단에 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온나라시스템 공문이 있었기 때문에 인수·인계서가 필요가 없었고 관례상 사건이 접수될 때는 작성하지 않는다"며 "다만 군 검찰단으로 보낼 때는 다소 이례적인 상황이어서 기록을 넘겼다는 부분을 명확하게 남기기 위해 인수·인계증을 작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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