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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쌍방울 생각할 것" 말에 대북송금 결심했다



법조

    "이재명이 쌍방울 생각할 것" 말에 대북송금 결심했다

    이화영 "이재명 잘 되면 쌍방울 생각할 것" 설득
    김성태 "李와 경기도 전폭적 지원 기대"
    "쌍방울 주가조작" 주장에…法 "시기상 맞지 않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왼쪽)·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윤창원 기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성공을 명목으로 불법 대납을 요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지사가 잘 되면 쌍방울을 생각해주지 않겠나" "대납 사실을 보고했다"라고 말하면서 김 전 회장을 설득했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제안을 받은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와 경기도의 전폭적인 지원과 보증을 기대하며 대북송금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이재명이 생각할 것" 말에 쌍방울 대북송금 결심


    12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이 전 부지사의 뇌물·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12월 쌍방울 사옥에서 김 전 회장에게 북한에 경기도가 보내기로 한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대납해 달라고 요청했다.

    2개월 앞서 북한에서 만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김성혜 실장에게 스마트팜 개선 비용 5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는데, UN과 미국의 대북제재로 공식 지원이 불가해져서다.

    이 전 부지사는 "500만달러가 5조원이 될 수 있다" "북한과는 무조건 잘 될 것이다" "대북제재만 풀리면 희토류 채굴 등 할 사업이 너무 많다"며 김 전 회장을 설득했다.

    특히 그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표를 언급하며 대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 지사가 잘 되면 쌍방울을 생각해주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김 전 회장은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하고 경기도 도움을 받아 대북사업을 시작하기로 생각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후에도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가 대납 사실을 알고 있는지를 묻는 김 전 회장에게 "당연히 그쪽에 말씀드렸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은 법정에서 이 전 부지사로부터 '쌍방울의 스마트팜 비용 및 방북비용 대납에 대해 이 지사에게 모두 보고했다'는 설명을 수차례 들었다고 진술했다"며 "김 전 회장은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 경기도의 전폭적인 지원과 보증을 기대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실제로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의 방북을 강력하게 추진할 동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일부 언론은 '청와대가 차기 대권 주자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는 대북 업무를 총괄하면서 경기지사도 보좌하던 역할"이라며 "당시 정부 발표나 언론보도로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향후 대북사업과 이 대표의 방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원인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화영 요청 없이는…대북송금 설명 안 돼

    쌍방울 그룹 본사의 모습. 류영주 기자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요청 없이는 쌍방울의 대북송금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선 속옷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중견기업이 제약이 많고 국제 정세에도 영향을 받는 대북사업을 시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북한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고, 국제적 정세에 따라 향후 사업의 진행 여부도 불투명해 상대방의 이해가 담보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대한민국 내에서 거쳐야 할 행정 절차들이 존재한다"며 "그럼에도 대북사업을 추진한 배경에는 북한에서도 신뢰할 만한 지원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달러라는 거액을 넘긴 쌍방울이 이유없이 300만달러를 추가로 넘길 이유도 없다고 판단했다. 쌍방울은 2019년 1월과 4월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했지만, 그해 5월부터는 북한과 특별한 접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쌍방울그룹은 북한과의 합의서 작성 사실조차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못하고 있었다"라며 "이 전 부지사의 요청에 따라 이 지사의 방북비용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면, 북한에 추가로 300만달러를 지급할 합리적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같은 유죄 판결의 근거로 김 전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은 법정에서 수차례 반복된 신문에서 일관됐다"며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지난 지난 7일 이 전 부지사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9년 6월에 벌금 2억5천만원, 추징금 3억2500만원을 선고했다.


    "쌍방울 주가조작" 주장에 法 "시기상 맞지 않아"


    이 전 부지사는 지금껏 대북송금에 대해 "쌍방울이 주가 상승이나 기업 확장 등을 위해 자체적으로 벌인 것"이라고 반박해왔다. 2018년 4월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가 대북수혜주로 주가가 급등했고, 그 차익을 얻기 위해 북한 조선아태위와 계약을 체결, 500만 달러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주가 상승과 돈이 넘어간 시기가 맞지 않는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대북사업을 추진하게 된 시점은 2018년 12월 이후"라며 "(이 전 부지사의 주장대로라면) 그보다 앞선 4월에는 이미 대북사업 추진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그러한 정황이 없다"라고 했다.

    판결 선고 무렵에 불거진 국가정보원 문건 논란에 대해서도 짚었다. 재판부는" 2020년 1월 국정원 문건에는 '대북사업으로 쌍방울 계열사 주가를 띄워주는 대가로 수익금 일부를 받기로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주가상승 수익금 조성방법 등이 구체적이지 않고, 진술자의 진술 검증을 위한 국정원의 구체적 노력이 불분명하다"라고 설시했다.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이 북한에 300만달러를 지급할 무렵, 이 대표는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도지사 직을 상실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법적으로 방북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대표에게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항소심 판결은 무죄가 선고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한 것으로서, 상고심에서 유무죄 판단의 변경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항소심 판결이 선고됐다는 사정만으로 방북 추진의 현실적 장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했다.

    한편 제3자 뇌물 등 혐의로 이 대표를 수사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1심 판결문을 검토한 뒤 이르면 이번주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길 전망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300페이지가량 되는 방대한 판결문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진영과 정파, 정당, 이해관계를 떠나 어떤 고려도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수사하고 처리한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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