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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사찰'만큼 깐깐한 '발등의 불' CBAM …중소기업들 어쩌나



기업/산업

    '핵사찰'만큼 깐깐한 '발등의 불' CBAM …중소기업들 어쩌나

    올 3분기부터 제품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 발생
    원재료 및 중간재 탄소배출량까지 합산 보고해야
    협력업체 탄소 정보 파악 쉽지 않아
    전문인력 및 자금 부족한 국내 중소기업들, 대응 어려움 호소

    연합뉴스
    유럽에 알루미늄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한 중소기업체 사장 A씨는 지난해 말 거래하고 있는 유럽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시밤(CBAM)' 제도가 시행되는 새해부터는 제품의 고유 내재 탄소배출량이 얼마인지를 보고해야 하니 데이터를 달라는 것.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인데다 요구 항목도 많아서 결국 컨설팅 업체를 고용해 관련 자료와 데이터를 산출해 보냈다.
     
    A씨는 "유럽 업체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또 30% 줄여야 한다면서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거래량을 줄이거나 아예 거래를 단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씨의 사례처럼 '시밤'은 국내 중소기업에게 '발등의 불'이 됐다.
     
    유럽에 수출되는 6개 품목(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전기)에 대해셔는 올해 3분기부터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EU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고하지 않거나 부실보고할 경우 이산화탄소 환산 톤당 50유로의 과장금이 부과된다.

    더 나아가 탄소배출량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유럽으로의 수출은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자신의 제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을 산정하고 70여개의 항목에 이르는 보고 내용을 채우는 것은 물론,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공정과 설비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시밤(CBAM)'은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의 약자로, 유럽연합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일종의 무역장벽이다. EU로 수입되는 6개 품목에 대해 제품별로 정해진 기준 이상으로 탄소를 배출할 경우 그 차이만큼 배출 비용을 내게 하는 제도다. 수입업체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일수록 배출비용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기피하게 된다.
     
    비용 부과를 위해서는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산정, 측정한 뒤 이를 검증받아 보고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 제도가 시범실시돼 수출업체는 사실상 탄소배출량을 보고하지 않아도 됐지만 올 3분기부터는 분기별 보고 의무가 시행된다. 오는 2026년부터는 보고 의무에 더해 배출량 현지 실사도 받고 배출 비용까지 내야 한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EU지역 수출 기업에게는 '핵사찰'만큼이나 깐깐한 제도다.
     
    2023년 기준 CBAM 적용을 받는 국내 기업은 1850곳. 이 가운데 73.5%인 1358곳이 중소기업이다. CBAM 대응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대목이다.
     
    문제는 수출 중소기업들이 자신의 공장에서 내뿜은 탄소 배출량뿐만 아니라 원재료, 중간재 등 다른 업체가 만든 전구물질의 탄소 배출량까지 파악해 합산 보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중소기업체 대표는 "강한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대기업도 전구물질 탄소배출량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데 우리같은 중소기업들은 협력 중소기업들로부터 탄소 정보를 얻기가 더더욱 힘들다"며 "특히 거래 중소기업 중 5인 이하 소기업들은 탄소 정보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원료나 중간재를 중국 등 제3국에서 수입할 경우 탄소정보를 얻기는 더 힘들어진다. 탄소 정보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제공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CBAM 전문가들은 이같은 어려움이 CBAM을 직접 적용받는 6개 품목 제조업종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신서린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부품업처럼 CBAM 제품을 이용하는 업종이나 CBAM 제품을 거래하는 무역업종 등도 상품코드에 따라 CBAM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파악한 CBAM 대상 중소기업 중 34.5%인 469곳이 제조업종이 아닌 도매업 또는 중개업종이었다.
     
    CBAM과 유사한 무역장벽이 확산되는 것도 걱정스런 대목이다. 유럽 국가이면서도 EU국가가 아니어서 CBAM을 적용받는 영국은 오는 2027년부터 CBAM과 유사한 제도를 시범기간 없이 곧바로 시행한다. 미국도 탄소배출 관련 법안이 지난 1월 의회를 통과했고 호주도 탄소 관련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중기부는 우선 EU지역 수출 1억원 이상 중소기업에게 CBAM 제도를 설명하는 등 1대1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450개 업체를 선정해 탄소배출량 산정, 측정과 탄소저감 시설 구축, 탄소배출 인증비용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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