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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병원 '진료 제한' 안내…환자들 "뉴스 볼 때마다 불안해"



경인

    [르포]병원 '진료 제한' 안내…환자들 "뉴스 볼 때마다 불안해"

    전공의 사직 첫날, 경기도 병원서 '대란'은 없어
    하지만 환자들은 "앞으로가 걱정"
    '전공의 부재로 진료 제한 있을 수 있다' 안내문도 붙어
    공공병원 아직은 '한산'…대기인원 '0명'

    전공의 사직 첫날인 20일 아주대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자신의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정성욱 기자
    "오늘은 다행히 진료가 잡혔는데 앞으로가 걱정이죠."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20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을 찾은 이모(78)씨가 혀를 차며 말했다.

    수술을 받고 한 달 만에 진료를 받으러 온 이씨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그냥 의사들이 마음 좀 돌렸으면 한다"며 "건강이 언제 나빠질지 모르는데 뉴스를 볼 때마다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경기남부권 최대 규모인 아주대병원에선 소속 전공의 225명 중 160여 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병원 측은 수술 등 주요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아주대병원 진료실에 붙은 안내문. 정성욱 기자
    하지만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는 일부 지연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병원 안과 진료실 앞에는 '전공의 부재로 진료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그 앞에는 환자 20여명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중이던 한 환자는 "원래 안과 진료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서 다른 과보다 시간이 좀 걸린다"면서도 "현재 2시간 정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 심혈관센터 안내판에도 '전공의 파업으로 한시적으로 응급환자 및 병동중환자 발생 시 외래진료의 원활한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내용이 공지됐다.


    의정부성모병원·고양 3개 병원, 아직 진료 차질 없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20일 아주대 병원 안내판에 '전공의 파업으로 응급환자 등 발생 시 외래진료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공지가 나오고 있다. 정성욱 기자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은 이날 오전 10시21분쯤 접수번호가 336번을 넘어가고 있었지만, 평상시와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병원 관계자를 통해 안내받은 경기북부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빈 병상이 곳곳에 보이는 등 한산했다. 여기는 현재 전공의 자리를 진료전문의가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근무자 변동이 없었다.

    사직서를 낸 의정부성모병원 전공의는 67명 중 51명(76.1%)이다. 이 가운데 실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19명(28.4%)으로 파악됐다. 사직서는 정부 명령에 따라 수리되지 않았다.

    20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자신의 대기번호를 기다리고 있다. 고무성 기자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을 찾은 한모(50)씨는 "의사가 아버지 뇌에 뭐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오늘 CT만 찍었지만, 수술하는 분들은 목숨과도 관련이 돼 있는 상황이데 의사들의 파업을 시민들은 모두 안 좋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병원 밖에서 만난 한 직원은 "의대 정원은 점차적으로 늘려야지 갑자기 2천 명은 좀 아닌 것 같다"며 "의사들도 실습하고 배워야 할 병원이 있어야 하는데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보다 교수들이 더 많기 때문에 아직 혼란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파업이 한 달을 넘기면 의료진 피로도가 쌓여 의료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고양시 3개 병원에서도 전공의 209명이 사직서를 냈지만, 진료 차질은 빋어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국민건강 보험공단 일산병원은 전공의 111명, 동국대 일산병원 90명, 국립암센터 8명 등 209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3개 병원도 교수들이 미리 근무 일정을 조정해 수술 지연 등 별다른 진료 차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병원 아직은 '한산'…대기인원 '0명'

    20일 오전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로비에서 환자들이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이준석 기자
    정부는 전공의 집단 행동에 대비해 공공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경기지역 공공병원은 평소와 같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오전 이른 시간 성남시의료원 로비에는 환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응급실 역시 한산했다. 다만 성남시의료원은 전공의 파업에 대비해 평일과 주말 연장 진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성남시의료원의 의사 정원은 99명이지만 현재 절반 수준인 50여명의 의사가 근무 중이다. 이는 민간위탁 등의 영향으로 의대 정원 확대 이슈 이후 사직서를 제출한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일부 대기환자가 있었지만 알림판에 나온 대기인원은 '0'이었다. 환자 김모(61)씨는 "검사 결과지를 받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며 "진료를 받는데도 불편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를 확인하고, 미복귀자에 대해서는 불이행확인서를 발부하고 강제이행 명령도 내릴 방침이다. 그럼에도 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의사면허 정지 등 조치하고 고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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